제목: 핵무기 없는 세상? 핵안보부터!
매체 : 내일신문
게시일자 : 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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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인간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변할 수 없는 반면에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무기는 발전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인류의 역사는 무기 발전과 함께 해왔으며, 드디어는 인류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핵무기를 통제하고 줄여나가기 위한 인류의 노력도 계속되어 왔다. 핵무기 개발 직후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장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또한 1953년 UN 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란 연설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대하고 핵무기 확산을 방지할 것을 주창했다.
1968년 핵비확산조약(NPT)이 체결되었으며,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PTBT)에 이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도 체결되었다. 1995년에는 핵비확산조약(NPT)의 무기한 연장이 만장일치로 합의되는 등 핵무기 통제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핵안보 문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핵안보는 핵물질,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핵 테러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일체의 조치를 말한다. 미 정부와 국회에서 핵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키신저, 페리, 슐츠, 넌은 2007년 1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핵무기 폐기와 핵테러 대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핵보유국들이 핵무기에 의존하는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비핵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욕구를 자극하고 테러 집단이 핵무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만 높인다며, 미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핵과 극단적 테러의 결합 가능성 우려
이들의 주장은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홍구 한승주 박관용 백선엽 4인이 같은 취지의 공동성명을 2010년 6월 발표했다. 핵과 테러의 결합은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9·11 테러에서 보듯이 테러집단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보복대상이 모호한 그들에게는 국가 간에 적용되는 전통적인 핵 억지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에 공감해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에서 궁극적으로 '핵테러 없는 세상'을 지향해 나가되 우선적으로 시급한 핵테러 대처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연설했다. 이에 따라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올해 3월 제2차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핵안보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첫째, 우리나라가 그간 비확산 체제 규범을 성실히 준수했으며, 세계 5위의 원전 운영 능력, 국가 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주도적 외교력 등을 갖고 있음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의 준비 회의를 거치면서 우리는 의장국으로서 참가국간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우리가 중시하는 사안을 제기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둘째, 서울 정상회의만의 차별화된 의제를 제시했다. 핵안보의 맥락에서 원자력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 핵물질 테러와 함께 방사성 물질 테러도 의제로 다루기로 한 것,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각국이 공약한 사항에 대한 중간 점검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토록 한 것은 우리나라가 제안하고 각국을 설득해 이뤄낸 성과이다.
셋째, 한반도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규범을 보다 공고히 하는 기능도 할 것이다. 원자력의 이중적 성격이 한반도만큼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대한민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힘써왔기 때문이다.
경제 이어 안보도 글로벌 코리아
핵안보 논의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 핵안보심포지움과 인더스트리서밋이 부대행사로 개최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대행사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경제에 이어 안보에서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코리아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